
곧 학교에 가는 딸을 두신 9년차 주부 최은 선생님의 “영화가 꿈꾼 세상, 세상이 그려낸 영화” 강좌가 시작되었다.
사실 처음 최은 강사님을 보고 살짝 놀랐는데, 첫번째는 강좌를 소개하는 포스터에 있는 사람과
동일 인물일거라는 생각을 하기 어려울만큼 이미지가 달랐기 때문이었고,
(포스터에는 너무 참하게 나오셔서.. 헤어스타일도 달라지셨고, 싱글이라고 생각했었다.)
두번째는 주부 9년 차라는 얘기를 듣고 서였다.
그렇게 보이지 않았으니까..
아무튼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던 날, 30분 가까이 켜지지 않는 빔을 작동시키느라
발을 동동 구르며 애쓰신 수현 간사님의 노력에 힘입어 빔이 작동하게된 8시쯤 부터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일곱 명의 사람과 함께 강좌는 시작되었다.
강좌가 시작되기전, 나에게 영화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해봤었다.
심심풀이 땅콩? 괜찮은 스트레스해소방법?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도구?
나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하나의 방식?
처음 내게 영화는 심심풀이 땅콩이었다. 고3때 다수의 남자들이 엉덩이를 까는 장면이 나온다는
수학선생님의 꼬임에 넘어가 처음으로 극장에 가서 “브레이브 하트”라는 영화를 본 이후
어둠의 경로로 들어오던 유명 에니메이션을 포함한 일본 영화들과 남들이 안보는 예술 영화만 고집하던
대학시절을 거쳐 주말에 일하고 평일에 쉬는 남들과 다른 패턴의 삶을 살게 되면서
영화는 나의 유일한 취미생활이었다. 조조부터 시작해서 하루종일 극장에서 보낸 적도 있었으니까..
하여 내게 영화는 앞에서 나열한 여러 의미들의 집합체 같다.
한때 죽기 전에 영화판에서 잔심부름꾼으로라도 한 번 일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을만큼
영화는 내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영화속 주인공과 나를 동일시하기도 하고( 영화 ‘나쁜 피’를 보고 왜 알렉스와 나를 동일시 했을까?하는 것은
지금도 의문이지만 정말 한동안 그 영화에 빠져 있었다.), 이런 부분은 저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펴보기도 하고... 영화는 내게 재밌는 장난감이기도 했다.
게다가 대학 때 뭣도 모르면서 찾아봤던 고전 영화들과 어려운 유럽의 예술 영화들을 보며
허리우드 영화들을 수준이 낮다며 비아냥거리곤 했었다.
퍽이나 대단치던 않던 지식으로. 지금 생각하니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챙피하지만 …
물론 지금은 비싼 돈들인 스케일 큰 영화들은 꼭 찾아보긴 한다.
그리고 예의 볼거리만 있고 얘기 거리는 없는 영화에 실망하곤 하지만 그래도 돈을 들였다니
어디에 돈이 들어갔나 궁금하기도 하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의 시선은 작은 영화들, 조금은 무거운 주제를 가진 영화들,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 영화들에게 향해 있는 것 같다.
아무튼 내가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 알고 싶었고, 영화의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매료시키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아직도 나에게 영화가 어떤 의미인지 명확하게 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영화’에 대해 작은 것이라도
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작은 기대를 가지고 이 강좌를 신청하게 됐다.
강의 내용으로 들어가서 첫 강의의 주제는 “영화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이었다.
먼저 영화를 보는 다양한 관점들에 대해 알아봤는데, 영화를 개인적인 표현의 예술로 보는 작가주의적 관점과
영화를 사회변혁과 혁명 수단으로 보는 관점, 그리고 영화를 문화산업으로 보는 관점들을 알아봤다.
학문적이고 이론적인 설명후 가슴에 와닿은 내용은 영화가 예술이나 아니냐는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개인이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고, 각 개인이 영화 속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또 영화가 대중 커뮤티케이션 이라는 부분이 새롭게 다가왔는데,
영화가 건네는 말에 어떻게 대답해 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영화의 언어들, 용어 공부도 하고,
영화가 건넨 말에 대해 나의 생각은 어떤지 나름 정리도 하고,
후기 등을 통해 반응도 하는 능동적인 영화보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화를 볼 때 영화 자체의 텍스트와 영화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환경, 경향들인 컨텍스트를 고려하고,
영화속의 균열점과 타협점을 찾아, 스스로의 언어로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 답을 하다보면
영화보기가 더 풍성해 진다는 영화보기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영화에 비치는 반기독교적인 모습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을 들으며 뭔가 답답한 부분이 뚫리는 기분이었다.
영화는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 답을 해야하는 거라는 설명을 들으며
답답함이 조금은 해소되었다.
“아.. 그렇구나 영화는 답을 주는 것이 아니구나.. “ 그렇게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영화에게 늘 정답을 요구했던 지난날의 내 모습을 떠올리며 씁쓸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아무튼. 유쾌하고, 알아듣기 편한 톤으로 강의를 이끌어 가시는 최은 선생님의 강의는 귀에 쏙쏙 들어왔지만
오랫만에 듣는 전문 용어들과 시간이 얼마 없는 관계로 말하는속도가 좀 빨라서 100% 이해하기 힘들었던 점이
아쉽지만 열강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에 감탄했고, 예습, 복습하는 착한 학생이 돼야 겠다는 결심을 했다.
다음 주 강의를 위해 “오감도” 를 봐야하느데, 전에 보다가 재미없어서 대충 돌려보고
중간에 그만 둬버린 것이 너무 후회가 된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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